≪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 대표 추상미술가 47인의 작품 150여 점을 통해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역사를 조망하는 전시이다.

특히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건축과 디자인 등의 분야와 접점을 형성하고, 당대 한국 사회의 변화와 연동하면서 한국 미술의 외연을 확장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20년대부터 1970년대에 국내에서 제작된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11월 16일부터 2024년 5월 1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살펴보는 기하학적 추상미술이란 점과 선, 원과 사각형 등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 원색의 색채, 화면의 평면성을 강조하는 회화의 한 경향이다. 국내에서 기하학적 추상은 1920~1930년대 근대기에 등장해 1960~1970년대에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등 한국 미술사의 주요 변곡점마다 각기 다른 양상으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장식적인 미술 혹은 한국적이지는 않은 추상으로 인식되며 앵포르멜이나 단색화와 같은 다른 추상미술의 경향에 비해 주요하게 다루어지지는 못했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를 통해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지닌 독자성을 밝히고 숨은 의미를 복원함으로써, 그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전시는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주요 양상을 시대별로 나누어 보여준다. 먼저 1920~1930년대의 근대기에 ‘기하학적 추상이 새로움과 혁신을 상징하는 감각으로 인식’되며 미술과 디자인, 문학의 영역까지 확장된 사례를 살펴본다. 

 두 번째로는 바우하우스를 모델로 하여 1957년 한국 최초로 결성된 화가, 건축가, 디자이너의 연합 그룹 ‘신조형파’의 활동상과 출품작을 소개한다. ‘현대사회에 적합한 미술은 합리적인 기준과 질서를 바탕으로 제작된 기하학적 추상미술’이라고 본 신조형파는 이를 산업생산품에도 적용해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 하고자 하는 이상을 보여주었다.

  이어 김환기, 유영국, 류경채, 이준 등 1세대 추상미술가들의 작품과 이기원, 전성우, 하인두 등 2세대 추상미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의 특수성을 살펴본다.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에서는 자연의 형태를 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쳐 추상을 제작하거나, 자연을 대하는 서정적인 감성을 부여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네 번째로 1960~70년대라는 시대와 맞물리며 등장한 다양한 기하학적 추상 작품들이 소개된다. ‘청년 미술로서의 기하학적 추상’, ‘미술, 건축, 디자인의 삼차각설계도’, ‘우주시대의 조감도’를 주제로 윤형근, 박서보, 하종현, 한묵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창작 집단 다운라이트 앤 오시선의 커미션 작품을 소개하며 순수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탐색할 예정이다.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장식적인 미술이라거나 한국적인 정서와는 거리가 먼 예술이라는 평가에 가려졌던 ‘우리의 기하학적 추상’을 마주보는 자리이다. 전시를 통해 당대 한국의 사회적, 역사적 상황을 되돌아보는 흥미로운 탐색의 시간을 보내고, 이를 계기로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지닌 의미와 독자성 또한 드러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