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트뉴스 김정기기자]  최근 화단에 재료와 방법으로 파격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여 화려한 칼라와 과감한 화면 구성으로 인정받고 있는 김시헌 작가의 제8회 개인전이 1월 5일부터 17일까지 12일간 서울 중구 명동소재 세종갤러리에서 개최된다.

  김시헌 작가의 이번 전시는 재료선택에서 회화의 영역 폭이 한없이 넓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그저 새로운 재료를 화면에 끌어들이는 단순한 재료의 차입을 넘어 재료와 화면이 함께 어울리는 회화적 맛을 절묘하게 찾아낸 작품을 한다. 이런 그의 작품에서 논리의 신선함이나 재질에서 묻어나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김 작가가 편백나무 톱밥을 자신의 재료로 선택한 것도 재미있다. 그는 처음부터 추상회화를 추구한 작가는 아니었다. 구체적 이야기를 가지고 회화를 만들어온 작가다. 과거 추상적 화면 구성과 색채의 조화에 무게 중심을 두는 작품을 했었다. 새로운 재료에 대한 실험 정신도 보였지만 자신의 생활 속 이야기나 여행에서의 정서 혹은 인체의 상징성 같은 내용을 담아냈었다.

  평소에 나무를 좋아하던 성정이 자연스레 편백나무 톱밥과의 만남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편백나무 톱밥을 캔버스에 붙이고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를 붓으로 뿌리는 (드리핑 기법)작업을 한다. 그래서 색명으로 구성한 추상회화처럼 과감하게 화면을 꾸며낸다. 자연 친화적 습관에서 배어나온 자연 생태적 주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물성이 강한 재료가 선택되고 화폭에서 살아나게 됐다.

  따라서 김 작가의 생각을 담기 위해 선택한 재료는 참신하면서도 당위성을 갖게 된다. 이런 과정으로 김시헌 회화의 표현 재료가 된 편백나문 톱밥은 생생한 물질감을 잘 보여준다. 

  김 작가의 작품을 보면 흔히 추상회화의 대표적 특질로 거론되는 물성이 강한 화면으로 다가오고 있다.

  여기에 김 작가의 작품은 물성이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추상성을 지닌 회화지만 감성적 측면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자연 친화적 재료의 성질을 효과적으로 드러낸 발상 때문이다.

  그의 회화에서 물성과 함께 주목을 끄는 것이 색채다. 뛰어난 감성이 재료적 질감과 만나 빛을 발한다. 세련된 감각으로 다스려낸 강렬한 원색은 화면 구성을 고급스럽게 만들어 준다. 

 많은 작가들이 재료와 방법론으로 아름다움을 찾아가기를 희망한다. 김 작가의 작품을 보면 그 아름다움의 정상에 다가감이 느껴진다. 그의 작품은 우선 재료의 신선한 선택이 돋보인다.

  일반적인 것(편백나무 톱밥, 골프공, 나이테가 있는 나무 등)일 수 있는 재료들을 자신만의 새로운 회화재료로 자신의 것처럼 녹여 내는 작가는 많지 않다. 

  표현에 대한 갈증을 풀어내고 스스로 재료를 찾아나서 재료의 성질을 탐구하고 개척하는 김 작가의 예술가적 성정이 화폭에서 기대 이상의 감각으로 다가온다.

  김시헌 작가의 작품은 재료에 의한 방법론적 회화로 순수 추상 정신을 구현한 1970년대 한국미술을 주도했던 미니멀리즘 화가들의 영역에서 출발 한 듯 보이면서도 운동감이나 유기적인 동적 요소 등을 살려낸 화면 구성은 한층 매력적인 작품으로 다가온다. 

  특히, 김 작가의 작품은 작가가 선택한 재료의 물성이 화폭에서 자연스런 만남으로 새롭고 유닉한 작품으로 완성된다.

  김시헌 작가는 “순천만 습지는 자연의 순화이 잘 살아있는 생태환경입니다. 제 작업은 여기에서 발견한 자연의 이야기를 추상적 방법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생태 체험에서 나온 주제가 그의 그림의 핵심이며, 이를 효과적으로 받쳐주는 편백나무 톱밥이라 할 것이다.

  그의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재료의 선택과 방법론이 잘 어우러져서 타당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그리고 추상회화처럼 보이지만 분명한 이야기가 있는 김 작가의 이번 개인전이 기대된다. 전화: 02)3705-9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