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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어디로 가야 하나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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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1.15  21: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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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 친정에 가지 않겠다는 정민을 설득하는 박식은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이미 장인 장모께서 우리 사정을 다 알고 계시는데 우리가 안 갈 이유가 없잖아?”
박식은 인내심을 발휘해 말했다.
“그래도 동네 분들이 알면?”
“우린 이제 남의 눈치 보고 살 나이가 아니라고. 더구나 동네 분들은 내 얼굴을 모르니까.”
진주 사람이 남해 사람을 잘 알겠느냐는 뜻도 들어 있다.
박식의 주장이 워낙 강해 정민은 순종하는 자세가 되었다. 
친정엄마는 딸을 보자마자 손으로 딸의 뺨부터 비볐다.
“이 불쌍한 것아, 어떻게 살았어? 그래도 두꺼비 같은 외손자를 보니 기분이 좋다.”
딸이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엄마는 관대하다.
장인 장모는 정민의 전남편인 상철과 손자의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으로 불쌍한 것들이었다.
지금은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다.
딸의 실수로 생긴 손자지만 장인 장모는 새 아이로 인해 딸이 슬픔을 잊고 다시 행복 찾기를 바랐다. 
“철딱서니 없는 과부를 맡아줘서 고마워.” 장모가 말했다.
“어쨌든 둘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이번에는 장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고향에 다녀온 후 박식은 모처럼 할 일을 했다는 개운함으로 마음이 편해졌다. 그림에 전념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붙은 기분이었다. 
화랑가로부터 주문이 쇄도하니 박식은 그림 그리기에 바빴다.
가을 국전을 소홀히 할 수 없다. 국전은 상경의 목적이었으며 인생의 지상목표이기도 하다.
박식은 고향 다녀오느라 그동안 들르지 못했던 청운 선생을 찾아갔다.
“그래, 참 잘했어. 부모님께서 좋아하시지?”
“예, 선생님을 만나 좋은 공부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더군요.”
“동양화는 효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네. 고향의 양가 부모님을 찾아뵈었으니 이제 그림에 전념하게.”
동양화에서 효라도 찍어내는지 청운 선생은 효를 자주 강조했다. 드라마에서 청학 선생이 효를 강조하는 것을 자주 보긴 했다. 
“오늘은 오성 산수에 대한 공부를 하자. 산의 형상이 오성산(五星山)에 있는바, 그 산은 금성산, 목성산, 수성산, 화성산, 토성산 등 다섯이라네. 그래서 오성산은 산수화에서 매우 중요하지.” 
선뜻 의미가 전달되지 않아 박식은 물었다.
“오성산은 산의 형태를 말합니까?”
“그렇다네. 산마다 운기와 형상이 다르지.”
청운 선생은 설명해 나갔다.
금성산(金星山)은 기품이 있고 길격(吉格)이며 부봉사(富峯砂)라 칭하기도 한다. 목성산(木星山)은 산세가 곧고 정수하며 길격(吉格)이라 나무가 무성한 모양이다. 수성산(水星山)은 파도처럼 울렁이고 부드러운 곡선이 많으나 산세가 미끄러지고 지저분하며 흉하다. 화성산(火星山)은 불꽃모양으로 생긴 산형으로 때로 문필(文筆)봉이라고도 한다. 금강산을 그릴 때 쓰이나 보통은 잘 안 쓰는 편이다. 토성산(土星山)은 옆으로 장방형 모양이고 산세가 중후하고 기와집 모양으로 되어 무거운 느낌이 든다. 권부(權富)를 상징하는 덕산(德山)이라 좋은 소재가 된다. 
그림을 그리면서 산형을 모르면 여러 산을 섞어 그리게 되고 그러면 그림이 치졸해진다.
설명이 끝나자 박식의 입에서 “명심하겠습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선생은 다음 공부로 들어가자고 했다. 
바위에 대한 공부가 시작되었다.
“바위 그림에는 화성암과 수성암이 있어.”
선생은 설명을 추가해 나갔다.
화성암(火成巖)은 지구 내부에서 고온의 마그마가 나와 형성된 것이고, 수성암(水成巖)은 바다나 호수의 퇴적물이 쌓여서 형성된 바위를 말한다.
화성암을 그릴 때는 바위가 둥글고 뭉실뭉실하게 그려야 하고, 수성암은 바위가 떡시루처럼 층이 있으니 옆으로 선을 그리는 것이 요체라고 했다.
“산수의 정수를 배웠습니다.”
박식은 많이 배웠고 재미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날부터 산수를 그릴 때 모양에만 치우치지 않고 산형이나 화, 수의 암석을 구분하고 뼈와 살을 잘 조화시키는 방법으로 그렸다. 정말 그림이 중후하고 아름답게 완성되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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