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트뉴스
연재
화가는 어디로 가야 하나 - 11
.  |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08.17  18:50:3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호사다마(2) 

 
환자는 춘천가도를 달리던 것까지 기억했다. 이후는 기억에서 사라졌다. 
  미라는 그동안 일어난 일을 소상히 말해주었다. 양가 부모가 다녀가고 지인들도 문병 왔다는 사실도 들려주었다.
  진주 부모와 지인들에게 남편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알렸다. 
  빠르게 회복되어 가던 송 검사는 운전기사의 생사가 궁금했다. 그는 경상으로 지금은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고 미라가 거짓으로 말하자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춘천의 정치사건을 물어보기도 했으나 검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40일간의 병원생활을 끝내고 그는 퇴원했다. 
  정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의 의견이 고마웠다.
  복직이 최종 희망인데 그것도 가능할 것 같다는 의사의 진단이 더욱 고마웠다.
 
  송 검사의 소식을 박식이 모를 리가 없다.
  박식이 미라 걱정을 놓지 않는 중에 정민은 힘든 일을 못 할 정도로 배가 불렀다. 아들을 잃은 슬픔 위에 임신한 아기의 모습이 오버랩되자 정민은 인생이 기구하게 느껴졌다. 
  그녀에겐 시간이 해결사로 여겨졌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자 박식은 국전출품 준비를 마무리했다. 지난해처럼 동료들과 함께 출품하고 돌아왔다. 
  당락에 마음이 졸여지는 건 당연한데 사흘째에 국전 발표가 있었다. 애석하게 입선자도 없이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왜 이렇게 입선조차 어려울까?
  실패를 인정하고 후회 없이 돌아서야 하는데 마음이 왜 이리 무거울까? 혹시 다른 사람들의 그림은 어땠을까?  
  박식은 국전 전시장을 관람하고 싶어 상경했다. 
 덕수궁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한결같이 좋아 보였다. 작품의 수준도 높았다. 안목을 높일 좋은 기회였다. 돌아온 후 잠재된 미술적 수준이 사라지기 전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싶었다. 
서울에서 국전 관련 도록을 구입하고 많은 재료를 준비했다. 도록의 여러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신의 그림이 상당히 뒤처진다는 자책을 하게 되었다. 그림이 좋아야 입선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박식의 국전 도전은 다시 시작되었다.
동료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정민과 의논하면서 두어 달 심혈을 기울인 끝에 그림을 완성했다. 회원이며 선배인 김민식 화백의 작품 평을 받았다. 
“색채나 구도는 좋은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어두워 보여. 사물의 돌출 부분을 흰색으로 보완하면 좋겠군.” 
김 화백의 조언에 따라 손질하고 다시 평을 듣기로 했다.
출품작이 만족하다 싶으면 출품하기까지는 보통 2, 3개월이 소요된다. 경험자라면 10일 정도로 가능할 수 있고, 보통 작품을 완성하려면 3, 4개월의 손질이 필요하다. 화가가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고 이는 작가의 본분이기도 하다. 박식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 무렵 송 검사는 사고 5개월 만에 정상으로 회복하여 검찰청 인사과로 발령이 났고 새 보직에 대한 적응이 순조로웠다.
미라는 남편의 사고 이후 충격 때문인지 월경이 없었다. 
그런데 2개월이 지나자 입덧이 나고 몸이 무거워졌다.
병원 진찰 결과 임신으로 판명되었다.
임신의 기쁨을 공유하고자 그녀는 남편에게 말했다. 
“가장 듣고 싶은 소식이군. 당신 고마워.”
송 검사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입성
 
박식이 출품했던 작품이 또 낙선했다. 동료들의 작품도 모두 낙선하여 지방 화단이 술렁거렸다. 
지상목표인 국전에서 번번이 실패하자 박식은 다른 대책을 세워야 했다. 
“서울 가서 경험자의 조언을 듣자.”
정민과 상의한 후 빠른 시일 내에 진주 사업장을 정리하고 상경하기로 했다. 정민은 박식이 서울에서 미라를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반대하려 했으나 사흘 동안 설득하는 박식의 결심에 흔들리고 말았다.
정민의 허락에도 박식은 서울에 가서 살 일이 막막했다. 자신이 너무 미약하고 부족한 존재로 느껴졌다. 
상경만이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힐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상경을 단행하게 됐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걱정이었다.
서울 사대문 안에는 집세가 비싸 구파발 근처 산비탈에 집 하나를 얻었다. 
  
                                    <다음호 계속>
 
 
 
 
< 저작권자 © 더아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더아트뉴스 서울시 금천구 시흥대로 73길 11 B6호  |  대표전화 : 02-803-9070  |  팩스 :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민주
등록일 : 2020-11-23  |  발행일 : 2020-12-17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 아 53391   |  발행인 : 김준일   |  편집인 : 김정기
Copyright ⓒ 2020 더아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heart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