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테크'사기 가능성이 높은 갤러리K의 대표가 해외로 도피했다.

  10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투자자들의 집단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에 피해자들을 비웃듯이 한국을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관련기사: 더 아트뉴스 “미술계, 또… 사기혐의 갤러리K를 고소” 참조>

  경찰은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대표는 이미 해외로 도피했다.

  강제 수사에 나선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9월 13일 오전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갤러리K 본사와 경기도 안양시 미술품 수장고 등을 압수수색했다.  동대문경찰서 등 전국 여러 경찰서에는 갤러리K 투자자들의 고소장이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갤러리K는 미술품을 구매하면 이를 병원이나 기업 등에 빌려주고, 대여 수수료를 받아 연 7∼9%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서울대병원에 작품을 대여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작품 대여가 피해자 양산에 불을 집혔다는 지적도 있다.

  갤러리K는 연 매출 600억 원을 돌파해 국내 최고 규모라고 홍보해 왔다.

  여기에 유명 연예인을 광고에 등장시켜 신뢰도를 높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투자자들로부터 집단 고소를 당했다. 올해 초부터 갤러리K는 투자자들과의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지난 8월부터는 월별로 지급했던 수익금 지급마저 중단했다.

  투자자들에게 대여 수수료를 주지도 않았고, 계약이 종료되면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주거나 재매입한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갤러리K 투자자 A 씨 등 24명은 지난 8월 갤러리K 대표 김모씨 등을 사기죄 및 유사수신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 등으로 고소했다<관련기사 더 아트뉴스 “피해금 1000억원… 갤러리K 사기 의혹, 집단소송 나서” 참조>  갤러리K 투자자 고소장에는 "피고소인(갤러리K 관계자)들은 고소인(갤러리K 투자자)들이 구매한 그림을 다른 곳에 렌탈해 렌탈료를 받는다는 것은 사실과 달랐다"며 "고소인들이 구매한 그림은 그대로 지하에 보관된 상태였고 몇십만 원도 안 되는 싸구려 그림이었다"고 적고 있다. 

  또한 "피고소인들은 상품 가치가 없는 미술품들을 마치 상품 가치가 있는 것처럼 속이고, 렌탈을 할 수 없었음에도 렌탈을 할 것처럼 속이고, 재매입 의사나 능력도 없었으면서 재매입할 것처럼 고소인들을 속여 피해를 입혔다"고 덧붙였다.

  소식을 접한 화단의 한 관계자는 “갤러리K가 미술품 가격을 부풀려서 팔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갤러리 K의 그림판매 사이트를 보면, 평소 그림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일부 작가의 그림값이 신뢰할 수 없는 가격으로 올라와 있고 또 그런 것들이 ‘Sold Out’표시를 하며 판매되었다고 되어 있어 정당한 거래로 믿지 않았다”고 했다.

  여기에 갤러리 K는 (사)한국미술협회(이하 미협)와 협약을 맺고 작가들에게 미협에서 발행하는 ‘호당가격표’를 발행하게 하고 '갤러리 K'의 ‘제휴작가’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 일부 작가들은 '갤러리 K'측 관계자들과 작품가격을 부풀리거나 부적절한 가격을 정하고 미협 ‘호당가격표’를 발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발행된 가격표로 갤러리 K는  대부분의 제휴작가들에게 가격표의 20~30%만 작품 지불가로 정하고, 다시 그 20~30%의 10%(가격표의 2~3%에 해당)만 계약 첫달  작가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3년을 나누어 매월 지불하는 이상한 구조로 알려졌다. 

 당시 제휴작가 모집책 역할을 한 인사동의 A갤러리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휴작가들을 상당수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A갤러리는 현재 인사동 사업을 접고 강남에서 B갤러리와 같은 공간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A갤러리 관장도 제휴작가가 되어 같은 방법으로 미협에서 발행한 고가의 호당가격표로 수십억대의 그림을 팔았다고 한다. 해외 도피한 김 대표와 갤러리K 관장이 이번 사기사건의 특수 관계처럼 A갤러리 관장의 것을 특별히 많이 판매했다는 지적도 있다. 

  소개에 소개로 제휴작가가 된 일부 작가들은 실제로 자신의 작품이 갤러리K가 판매했다고 하지만 현재 제대로 잔금 등을 받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단의 시선은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9월 21일  일부 제휴작가들은 "피해작가"모임을 갖고 미술작품의 공정한 거래와 투명한 예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K미술연대' 를 구성했다.

 이들은 창립 총회에서 성희승 대표 등 임원진을 선출하고 작가들의 권익보호, 2차피해방지, 법률대응등 활동계획을 논의했다.     이들은 선언문과 보도자료를 내고 "갤러리K가 작가들이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작가들의 생계를 책임지겠다고 현혹해서 제휴작가로 참여하게 한 후, 다수의 작품을 공급받고 그에 대한 작가료를 일부만 지급하고 거액의 작가료를 체불하였다"며 "작가들이 자체적으로 추산한 바에 의하면 최소 300억원의 작가료를 체불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수사상황은 경찰에 접수된 피해자만 이미 90여 명이고, 이들의 피해 금액만 50억여 원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피해자가 최소 500여 명에 피해 규모는 10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대륜은 이들이 렌탈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낸 게 아니라 돌려막기로 근근이 버텨왔다고 한다.

 이지훈 변호사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이 미술작품들을 가지고 그 정도의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는 사업 구조가 되느냐, 이게 핵심인데 실질적으로 회사에서 그 정도의 사업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후발 가입자들의 투자금으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이른바 '폰지사기'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해당 업체 최대 주주이자 대표인 김 씨가 이미 해외로 출국한 것이 확인됐다.

  출국 시점은 지난달 대규모 집단 고소장이 연이어 접수되기 얼마 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갤러리K는 최근 홈페이지 공지에서 "과거 경영진의 방만한 운영으로 쌓인 부채와 경기 침체가 맞물려 큰 위기를 겪고 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