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도올에서는 8월 30일부터 9월 22일까지 최혜인 개인전 ‘숨길’을 개최한다.

 최혜인의 작업에서 자연의 숨길이라 볼 수 있는 절기의 표현은 그물망처럼 얽혀 공존하는 생명체와 함께하는 삶의 과정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하늘과 땅, 물속에서 일상의 곡식과 채소가 거쳐간 흔적이 다양한 물질로 표현된다.

먹는다는 것은 자연을 몸으로 받아들여 생명의 동력을 얻는 거룩한 행위라 믿는 최혜인의 작업에서 구체적 형상이 사라지고 추상으로 표현되는 변화가 일어난다. 모호하지만 간단명료한 의미는 다른 방향에서 내용을 전달한다. 땅에서 나온 먹거리를 관찰의 재현으로 그려왔다면 최근엔 과정에 중점을 둔다. 전달하고픈 이야기는 같지만 변화의 양상이 짙어진다. 

장면의 서사는 새로운 재료와 더불어 흥미로워진다. 작가는 늘 접해왔던 먹거리를 그려오면서 외형이 주는 명쾌함 속에 연결되는 의미들을 보여주고픈 바람을 느껴왔다. 식물이라는 평범함을 색다르게 진지하고도 아름답게 표현하고픈 생각이 화면에 펼쳐진다. 때문에 장면은 구체적이지만 동시에 추상적이다.

작가가 평소 느껴왔던 계절의 변화를 공간 안에 절기로서 내놓는다. 숨을 통해 드러나는 생명체처럼 곡식과 채소를 달리 그려본다. 하늘과 땅이 평면에서 구별되고 때로는 물속에 잠긴 생명체가 환영처럼 나타난다. 

한지와 먹의 선이 기본이지만 때로는 다른 연출이 더해진다. 캔버스, 세라믹이 밑바탕이 되고 어떠한 안료의 색이 형상으로 드러나는 과정이 작가의 호기심이 되어 질문은 관계에 대해 묻는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물이 작가에게 작업의 방향을 유도하고 다음 선택의 방향도 이어준다.

작가의 사유는 삶을 살아가는 자세로서 자연을 은유하여 보여준다. 매일을 살아가는 현실들을 자연스레 받아들여 반복되는 하루 속에 새로움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확연하게 달라지기보다 조금씩 미묘하게 구별되는 양상들이 있다. 늘 보아왔던 버섯 형태가 색다른 시선을 유도하게 만든다. 정확한 것은 없다. 그날의 따른 감성이 어떤 걸 연결 짓게 한다. 좋은 날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하루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그림은 우리라는 범주 속의 다양함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