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이 전시 개최를 위해 계약사무 대상이 될 수 없는 특정인·특정업체와 부적정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하면서 불평등조항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께 도립미술관을 대상으로 2018년 6월 1일 이후의 업무추진사항 전반을 감사했다. 업무 전반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2월8일 공개했다. 

  감사 결과 시정 2건, 주의 3건, 통보 1건 등 6건에 대한 지적사항이 나왔으며, 관련자 3명에 대한 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도립미술관은 2019년 작품 임차 및 전시용역 계약간에 지방계약법령을 위배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위에 따르면 제주도립미술관은 미국 소재 A미술관과의 협업 과정에서 부적정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립미술관은 A미술관을 계약대상자로 하면서 직접 계약을 진행하지 않고, 위임·위탁이 될 수 없는 제3자로 하여금 계약 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내역서의 내용과는 다르게 예산이 집행됐으며, 전시회 개최에 따른 소요 비용이 적정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2100만원 상당의 부가가치세를 추가로 부담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감사위는 설명했다.

  또 임대 미술관측에서 도립미술관이 통제할 수 없는 사유로 일정대로 도립미술관에 작품을 전달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도 임차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불평등조항을 그대로 수용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책임 없는 사유로 작품을 전달받지 못해 전시를 열지 못하게 됐을 경우에도 약 1억8000만원의 작품 임차료를 지급해야하는 우려가 있었다.

 도립미술관은 “고가의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미술관이 다른 미술관에 임대하면서 전시대행업체를 정하는 것은 국제미술 전시 특성상 일반적인 사항”이라며 “불평등한 조항이라는 사실은 인지했지만, 협상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감사위는 “제3자가 공식적인 권한 위임을 받지 않은 채 계약 협상을 진행하게 해 사실상 불리한 내용의 조건을 붙이는 계약서를 작성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감사위는 그러면서 관련자 2명에 대한 주의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감사위는 ‘전시장 조성공사 수의계약 및 설계 부적정’, ‘시설물 안전점검 결과 결함사항 조치이행 관리 감독 소흘’, ‘BTL 시설물 유지관리 운영 인력 수급 감독 부적정’, ‘소장품 활용방안 마련 미흡’ 등의 지적사항을 쏟아냈다. 

 이와 관련 도립미술관은 임대 미술관이 전시에 따른 상호협약 체결 관계인데다가 협상의 여지가 없었고 도민들의 문화적 혜택을 고려했다는 의견을 제출했으나 도 감사위는 도립미술관이 임대차계약 당사자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자격 없는 특정인으로 하여금 계약을 진행하도록 해 이르게 된 결과라는 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작품 운송 및 보험 가입 등에 관해 도립미술관은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행업자에 맡겨 하도급 계약방식으로 과업을 수행하게 했다는 의견과 타 기관 사례를 제시했다.

 그러나 도 감사위는 해당 법률은 하도급 거래 질서를 규율하는 규정일 뿐 지방자치단체 복합사업의 계약 체결 근거법령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 감사위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 관련자 2명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고 도립미술관장에 부적정한 사유의 수의계약 체결 및 불평등조항 포함 등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또 제주도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5점 중 1점은 단 한 차례도 전시되지 않은 채 수장고에 보관만 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382점의 소장품 중 320점의 작품을 수집 이후 단 한차례도 전시하지 않은 채 수장고에 보관만 하고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도 감사위는 "도민들에게 미수관의 가치 있는 소장 작품에 대한 관람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며 전시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전시된 작품 중 상당수가 서예작품이거나 건축·디자인 관련 작품들로, 이들 작품에 대해 주제에 맞게 기획안을 마련해 전시해야 하는데 그동안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며 “또한 일부 작품들은 제주미술대전 수상작품들로 관리가 주목적이다. 미공개된 소장품에 대해선 전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3년간 전시가 이뤄지지 않은 불상 조각품은 크기가 30㎝ 정도의 소품 수준이어서 전시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시설물 안전 점검 결과 다수의 균열·누수 흔적이 매년 반복적으로 조사됐지만 보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도 감사위는 "시설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설물의 미관을 해치고, 안전성·내구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시정을 요구하고, 관련자 1명에게 주의 촉구를 요구했다.

  한편 도 감사위는 지방노동위원회 감사 결과 9건의 부적정 업무를 적발해 시정, 주치, 통보 등의 조치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